
대학 1학년 때 교양수업에서 읽은 책이다.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비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 몇 번 정도 더 읽어봤던 책인데 읽을 때마다 재미있었다. 원제는 Re-thinking History이고,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주요하게 제시하는 질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39~74쪽 요약)
젠킨스는 역사와 과거는 구분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역사란 역사가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과거는 역사가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해 누군가가 써놓은 텍스트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즉 그에게 역사는 "텍스트들 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언어적 구성물"이다. 그런데 이것을 위해선 "누군가의 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책에서는 앨턴의 예를 든다. 그리고, "과거"에는 분명 남자만 존재하지 않았을 것인데, 수많은 "역사"에서 여성은 배제된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러한 예시를 들어 젠킨스는 과거와 역사를 구분한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지적하는 점은 과거에 대해 한 가지의 역사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젠킨스는 "창문의 예시"를 가져온다. 가령 어떤 창밖을 보며 지리학자, 경제학자, 기후학자, 역사학자는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학자라도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이 젠킨스가 강조하는 자료의 "담론화"이다. 담론화 역시 역사서술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역사와 과거가 다르다면 둘은 어떻게 연결될까? 젠킨스는 이를 고찰하며 세 가지 어려움을 제시한다. 우선 우리는 인식론적으로 허약하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과거에 대한 여러 역사서술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개인적 구성물이며, 진정한 역사는 어디에도 없다. 젠킨스는 이 측면에서 인식의 내용과 방법이 권력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방법론이다. 실증주의자들은 역사적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며, 사료가 스스로 말하게끔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젠킨스는 사료의 해석이 가능하고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영향 하에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론의 문제는 특정 입장에서의 과거 읽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 측면이다. 젠킨스는 대학 역사학과의 교육과정은 누가 정하는지의 문제를 제기하며, 역사는 항상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담론의 공간에서 우세한 입장은 지배자의 이해를 대변한다.
그래서 이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무엇'을 '누구'로 대체하고, '위하여'를 뒤에 덧붙여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로 바꾸어야 제대로 된 물음이 될 것이다. (71쪽)
역사 담론의 기본 문제들과 포스트 모던 세계의 역사연구 (2, 3장)
모든 의미나 진실은 주어진 상황에서 창작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실제에서는 그와 반대로 사물들이 서로 조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사물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진실과 확실성이란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는 주장에 오랫동안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톤주의, 기독교, 이성, 과학, 일상 생활의 습관 등이 모두 그렇다. (102쪽~103쪽)
결국 '모든 역사는 과거 사람들의 마음의 역사'가 아니라 '역사가의 마음의 역사'인 것이다. (139쪽)
젠킨스는 카를 지지한다. 다만, '자료'와 '증거'를 혼동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논쟁이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증거란 담론의 결과로서 담론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에 담론의 원인이나 담론 이전에 존재하는 견제기구로서 기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45쪽)
이처럼 모든 역사는 이론적이며 모든 이론은 이미 일정한 입장을 갖고 있고 지금도 입장을 만들고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기 자신의 입장을 선택할 때 내 방식대로의 과거 읽기를 절대로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여러분이 무엇을 선택할 때는 몇 가지 방식의 읽기와는 연대하고 다른 읽기 방식과는 적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거에 대한 하나의 견해와, 과거를 전용할 만한 방식 하나를 항상 취사선택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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